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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3주차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친구에 대해 논술하시오' 1위글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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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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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글 본문>

 

게임과 책과 친구                           글쓴이 : HanD

 

공간은 이미 무의미해졌다. 등장한 인터넷은 인지 가능한 범위를 초월하여 뻗어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세상이다. 이제 우리는 동시에 여러 곳에서 존재할 수 있고, 현실 어디에서도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게임 세계에 몸을 숨겼던, 어린 시절의 나처럼 말이다.

 

중학교에 입학한 나는,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처음 가지게 되었다. 친구들이 하는 것을 그동안 지켜보기만 했던 나는, 그날부터 게임을 정말 열심히 했다. 하교 후 바로 집으로 돌아와 게임에 접속하고, 잠이 들때까지 스마트폰을 놓지 않았던 것이 내 일과였다. 어느새 현실의 사람보다 게임 속 사람들과 더 친해졌다. 차라리 게임 속에 들어가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아무런 예고 없이, 나는 한 세계를 도둑맞았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 게임을 하지 못해서 괴로워했던 며칠이 지나고, 나는 정신을 차렸다. 스마트폰의 폐혜를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지켜본 나는, 스마트폰을 사달라는 말로 부모님을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았다. 정신은 현실로 돌아왔다. 다시, 내 앞에는 두 갈래 길이 생겼다. 하나는 책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친구들과 노는 법조차 잊어버린 나에게는, 친구들에게 가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다시 나는, 책이라는 환상 속 세계에 빠져들었다. 삼 년동안 친구가 없었다. 같은 반이었는데도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말을 걸어보지 않은 아이들이 수두룩했다. 외로움과 슬픔의 경계를 넘나드는 동안, 나는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을 수 없었다. 학교 도서관은 문을 열지 않았다. 시립 도서관은 너무나 멀고, 이용할 시간도 없었다. 책은 그렇게 나에게서 멀어졌다.

 

가장 가까이에는 새로운 친구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게임이나 책 뒤에 숨지 않았다. 외로웠던 삼 년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은 정말 쉬웠다. 십 수년 짧은 인생이지만, 생에 최고의 친구들을 만났다. 우리 반 친구들 모두였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사람이라고, 나는 확신했다.

 

처음의 친구는 게임이었다. 책이 친구였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은 외로웠다. 게임과 책은 커다란 장벽이 되어, 진정한 친구에게 다가가는 것을 막았었다. 진정한 친구는 행복과 슬픔을 함께하는 존재다. 지금의 나는, '친구'라는 단어에 담긴 행복과, 눈물과, 사랑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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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주차 1위글 총평

 

전문가 위원:  신 홍 규

 

<주제>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친구에 대해 논술하시오.

 

<총평>  

1. 출제 의도
  연 5주 ‘내 인생에 가장...’ 에 관한 시리즈를 주제로 선정 하였습니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친구가 있기 마련입니다. 아니 친구가 필요합니다. 철학자 플라톤은 ‘친구는 모든 것을 나눈다.’라고 정의 합니다.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한 사람 이상 있기를 바라면서 지난주에 이어 쉬운 주제로 출제 하였습니다. 점점 참가자의 실력이 우열을 정하기 힘들 정도의 좋은 글이 많아서 평가자의 한 사람으로 기뻤지만 한편으로 제시한 논제에 부합하는 논리적인 글이 많이 응모하기를 기대하였습니다.  
 

2. 채점 기준
  <논스타>의 논술 분야 채점 기준은 주제와 상관없이 일반적으로 다음의 채점 기준을 따릅니다. 이는 대학에서 논술 전형에서 답안을 채점하는 채점 기준과도 유사합니다.
 1) 주제에 대한 이해력
 2) 글의 전개 과정의 논리력
 3) 소재와 발상의 참신함과 창의력
 4) 글의 완결성과 통일성 그리고 어법을 준수하는 표현력
  앞으로 전문가 위원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고 싶은 참가자들은 모두 이러한 채점 기준을 준수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3. 평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입니다. 좋은 논술을 쓰기 위해서는 채점 기준을 잘 알고 쓰는 훈련을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위의 채점 기준의 항목에 따라 1위 글에 대한 평가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1) 주제에 대한 이해력
  이번 주제에 관한 대부분의 글도 지난주의 글처럼 주제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한 글이 많아 아쉬웠습니다. 논술은 논제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출제자가 의도하는 글을 논술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 또한 이런 점이 아쉽습니다. 몇 번을 읽어도 우수한 글이지만 주제에 대한 구체적 진술이 감점 요인입니다. 대부분의 전문가 위원들의 평이 논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부족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논제 파악에 더욱 신경을 쓰면서 논제에 부합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면 훌륭한 논술이 될 것입니다.

 

 2) 글의 전개 과정의 논리력
 전체적으로 글의 흐름은 아주 뛰어난 글입니다. 다만 글의 전개과정에서 서론-본론-결론의 과정에서 본론 하반부의 내용에서 구체적으로 친구들이 소중한 이유가 무엇인지 언급하였다면 더 좋은 논술이 되었을 것입니다. 첨언 한다면 스마트폰과 책이 친구가 된 과정은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반면 지금의 친구들과 어떠한 경험을 공유하며 쉽게 친구가 되었고, 그 친구들이 가장 소중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서술이 부족합니다. 주어진 논제에 대한 분석과 전개과정을 통한 자신의 주장이 논제에 부합하도록 보다 구체적인 진술을 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3) 소재와 발상의 참신함과 창의력
  짧다면 짧은 인생의 경험 속에서 친구라는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한 부분이 참신합니다. 게임과 책에서 친구로 이어지는 글의 발상이 뛰어납니다. 특히 잃어버린 스마트폰에 대한 느낌을 '한 세계를 도둑맞았다'는 표현은 문학적으로도 뛰어난 표현력입니다.

 

 4) 글의 완결성과 통일성 그리고 어법을 준수하는 표현력
논술은 일반적으로 서론-본론-결론의 순서로 글을 쓴다. 하지만 대학입시논술은 주어진 논제에 대한 본론부터 쓰는 경우도 있다. 이 글은 글의 완결성과 통일성에서 모든 전문가 위원으로부터 감점을 받았다. 이유는 본론 이하부터 글의 완결성을 위해 구체적 진술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어법은 무난한 글이었으나, 어휘의 바른 선택이 잘못된 부분이 있다. 스마트폰의 폐혜라고 표현한 부분은 잘못된 표기이다. 스마트폰의 폐해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 온라인상에서 글쓰기라 띄어쓰기는 기계적으로 실수할 수 있으나, 단어를 잘못 선택하면 감점이 된다.  

 

 이번 주제의 1등의 글은 논술이지만 문학적으로도 뛰어난 발상의 표현이었습니다. 모든 전문가 위원으로부터 창의성이 우수한 글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글의 통일성에서 논제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진술도 아쉬움으로 지적 받았습니다.  앞으로 전문가 위원의 평가를 잘 숙지하고 출제자의 의도를 잘 파악해서 논제(주제)에 맞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논스타>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여러 삶의 문제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게 만들고, 올바른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수기 공모나 백일장 글쓰기 방식보다는 좀 더 엄격하고 공식적인 글쓰기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글쓰기를 꾸준히 연습한다면 창의력과 논리력 그리고 표현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고,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앞으로 다양한 주제에서 더 멋진 글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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