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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 평점 8.9점 / 30명
  • 2015.08.1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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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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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이번 논제를 받고 한동안 고민에 빠진 것은 사실이다. 행복......모두가 행복을 말하지만, 그들은 행복이 무엇인지 나에게 알려준 적이 없었다. 도움이 될까. 습관처럼 국어사전을 뒤적였다. 행복.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생활에서'를 읽으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얼마나 크게 내쉬었을는지.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행복은 최고선이라 말하던, 서양의 죽은 할아버지를 들먹이며 어깨에 힘을 줄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대해 논술하시오.' 이번에는 '순간'이라는 단어로 눈길을 돌렸다. 순간. ‘아주 짧은 동안.’ 나는 논제를 다시 읽었다. 행복했던, 순간. 행복했던, 아주 짧은 동안. 두 문장이 겹쳐 보였다. 행복할수록 그 시간은 짧게 느껴지는 것이다. ‘행복’과 나란히 적힌 ‘순간’은 슬픈 단어였다. 이제 조금 더 쉬워졌다. 내 인생에 가장 짧은 때는 언제였을까. 너무나도 짧아 손가락의 떨림만 기억으로 남은. 나는 곧바로 내 연주회를 떠올렸다. 물론, 내가 직접 첼로를 연주했었다. 나는 잊지 못한다. 무대 위에 오르고 저 높이서 숨막히게 내리는 불빛, 그리고 공기의 작은 떨림까지도. 그런데 나는, 연주가 시작되면 내가 무엇을 하는지, 연주가 끝나면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에 전혀 남지 않는 것이었다. 연주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며 돌아다닌 연주회장 내부의 구조가 지금도 생생하고, 심지어는 그날 먹었던 음식의 이름까지도 생각난다는 것을 보았을 때, 그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지금에서야 돌이켜 보면 첼로를 연주할 때가 나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나는 학생이고, 예술고등학교를 가려다가 포기했고, 얼마 하지 않은 공부에도 벌써 싫증이 나려 하지만, 나는 지금 행복하다.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깨달아 행복하다. 내가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 깨달아 행복하다. 그리고 과감하게 논제를 고쳐 보고 싶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아니라, 가장 행복‘한’ 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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