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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슬픔 가운데 가장 비참한 것은 어제의 기쁨에 관한 추억이다-칼릴 지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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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8.19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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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슬픔 가운데 가장 비참한 것은 어제의 기쁨에 관한 추억이다-칼릴 지브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 나는 이 논제를 받고 한 순간의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바로 중학교 시절이다. 짧다고 하면 짧고 길다고 하면 긴 중학교 3년,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지금 글을 쓰며 돌이켜보니 중학교 시절은 마치 밤하늘에 반짝이는 혜성과 같았던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별똥별이라 불리는 혜성을 보고 소원을 빌고는 한다. 하지만 그 소원은 막연한 기대감으로 변하여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혜성 자체는 아름답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있는 사람은 괴롭다.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그렇다. 나는 지금 혜성이 지나간 후에는 다시 어둠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는 ‘처음’해보는 일이 많았다. 처음 정말 학생을 사랑하고 걱정해주는 선생님을 만났고, 처음 일생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친구들이 생겼으며, 처음 누군가를 존경해보았으며 사랑해보았고, 처음 나를 사랑해주는 누군가를 만났다. 아니 아마도 나에게는 앞서 말한 것뿐만 아니라 하루하루 모든 것이 ‘처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등굣길을 걸어오며 보는 아침의 풍경, 교실에 들어서서 맡는 낡은 마루 냄새, 음악실에서 들려오는 악기소리, 체육관에서 맡는 땀냄새와 공 튀기는 소리, 수많은 선생님들의 열정이 남은 오래된 칠판과 그 곁의 분필가루들,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어여쁜 목소리.... 나는 항상 '처음'을 살았고 그 '처음'은 졸업까지 이어졌다.
중학교 시절이 모두 지나간 지금 나는 몹시 그 순간이 그립다. 아니 그리움을 넘어 나는 몹시 고통스럽다. 레바논의 철학자 '칼릴 지브란'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늘의 슬픔 가운데 가장 비참한 것은 어제의 기쁨에 관한 추억이다.' 중학교 시절은 내 생에 가장 행복하고도 아름다운 순간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반년이 지금 나에게는 슬픔 가운데 가장 비참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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