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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책과 친구

  • 평점 8.8점 / 15명
  • 2015.09.1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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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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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책과 친구

 

공간은 이미 무의미해졌다. 등장한 인터넷은 인지 가능한 범위를 초월하여 뻗어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세상이다. 이제 우리는 동시에 여러 곳에서 존재할 수 있고, 현실 어디에서도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게임 세계에 몸을 숨겼던, 어린 시절의 나처럼 말이다.

중학교에 입학한 나는,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처음 가지게 되었다. 친구들이 하는 것을 그동안 지켜보기만 했던 나는, 그날부터 게임을 정말 열심히 했다. 하교 후 바로 집으로 돌아와 게임에 접속하고, 잠이 들때까지 스마트폰을 놓지 않았던 것이 내 일과였다. 어느새 현실의 사람보다 게임 속 사람들과 더 친해졌다. 차라리 게임 속에 들어가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아무런 예고 없이, 나는 한 세계를 도둑맞았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 게임을 하지 못해서 괴로워했던 며칠이 지나고, 나는 정신을 차렸다. 스마트폰의 폐혜를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지켜본 나는, 스마트폰을 사달라는 말로 부모님을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았다. 정신은 현실로 돌아왔다. 다시, 내 앞에는 두 갈래 길이 생겼다. 하나는 책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친구들과 노는 법조차 잊어버린 나에게는, 친구들에게 가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다시 나는, 책이라는 환상 속 세계에 빠져들었다. 삼 년동안 친구가 없었다. 같은 반이었는데도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말을 걸어보지 않은 아이들이 수두룩했다. 외로움과 슬픔의 경계를 넘나드는 동안, 나는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을 수 없었다. 학교 도서관은 문을 열지 않았다. 시립 도서관은 너무나 멀고, 이용할 시간도 없었다. 책은 그렇게 나에게서 멀어졌다.

가장 가까이에는 새로운 친구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게임이나 책 뒤에 숨지 않았다. 외로웠던 삼 년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은 정말 쉬웠다. 십 수년 짧은 인생이지만, 생에 최고의 친구들을 만났다. 우리 반 친구들 모두였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사람이라고, 나는 확신했다.

처음의 친구는 게임이었다. 책이 친구였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은 외로웠다. 게임과 책은 커다란 장벽이 되어, 진정한 친구에게 다가가는 것을 막았었다. 진정한 친구는 행복과 슬픔을 함께하는 존재다. 지금의 나는, '친구'라는 단어에 담긴 행복과, 눈물과, 사랑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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