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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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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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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배려

 

거짓말은 좋은 것이라고 자녀를 가르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자녀가 거짓말을 하면 혼을 내는 부모가 절대적으로 많다. 이처럼 우리는 거짓말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살아가면서 거짓말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거짓말은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특히, '좋은 의도로 하는 거짓말'이 옳으냐 그르냐는 오랜 시간 동안 논란이 되어 왔다.

좋은 의도로 하는 거짓말은 옳지 않다. 좋은 의도로 하는 거짓말은, 어디까지나 화자만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만 '좋은 의도'일 뿐이다.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된다. 더 중요한 것은, 화자는 자신이 거짓말을 함으로써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오직 예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만에 하나, 좋은 의도로 한 거짓말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면 화자는 순식간에 남을 속여 피해를 입힌 사람으로 돌변한다.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가 오히려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사례는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좋은 의도로 하는 거짓말에 대해 논할 때에 예시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바로 '시한부 인생인 환자와, 그 사실을 숨기는 가족의 상황'이다. 환자가 삶을 정리하고 죽음을 맞을 준비할 시간을 빼앗는다, 환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 등의 이야기는 차치하고, 우리는 이 상황의 예외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가족은 '환자가 사실을 알면 상태가 더욱 악화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근거 없는 예상 위에 세워진 예상으로 거짓말을 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잘못된 방식으로 드러난 것이다.

배려와 거짓말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좋은 의도로 하는 거짓말일지라도 '거짓말'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는다는 것을, 거짓말은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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