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스타

2015년 9월 2주차 '내 인생에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극복과정에 대해' 1위글 총평

  • 좋아요 0
  • 2015.09.11 21:20
  • 조회 2258

<1위글 본문>

 

여기, 아픔이 있다.                             글쓴이 : HanD

 

아픔이 있다. 너무나 아파서 그 상처를 쓰다듬는 것조차 두려워지는, 그런 아픔이 있다. 또, 아픔도 있다. 상처 사이로 결국은 더 높은 곳을 보게 되는, 그런 상처도 있다. 내가 그랬다. 가을 들판에서 수줍게 익는 사과처럼 서툴었던 어린 시절, 이 글은 그 시절에 흘린 눈물에 대한 기록이다. 어두운 방 안에서 베개 적시며 홀로 흐느꼈던, 그 길었던 밤들에 관한 증언이다.

 

아버지의 꿈은 신부였다. 어머니의 꿈은 수녀였다. 두 분은, 땅과 더 가까운 사랑을 위하여 서로 결혼하셨다. 더할 나위 없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셨다. 나는 그 밑에서 자랐지만, 신을 믿지 않았다. 부모님은 기다리셨다. 그 누구도 나에게 종교를 강요하지 않았다.

 

달력이 수십 장 넘겨졌다. 세월 앞에 사람도 변했다. 수천 번의 아침과 또 수천 번의 밤이 반복되었다. 어느 날 부모님은 크게 싸우셨다. 아버지가 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가 집안 전체를 흔들자, 나는 깨달았다. 오늘의 싸움은, 그동안 한 조각씩 쌓여 온 인내가 마침내 터져 나온 것이었다. 매일 밤, 어둠 속에서 나는 기도했다. ‘부모님이 이혼하지 않게 해 주세요. 아빠와 엄마가 많이 울지 않게 해 주세요. 좋게 해결되도록 제발 도와주세요.’ 나는 처음으로 진심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하느님,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을 모두 알고 계시죠?’

 

영원한 밤은 없었다. 깊어진 밤은 어느새 새벽이 되었다. 갈등은 처음처럼 잠잠해졌다. 이 싸움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지금도 나는 모른다. 끝을 알 수 없는 시련 밑에서 내가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던 까닭은, 진심 어린 기도뿐이었다. 그런데 그 기도가 도움이 되었을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때부터, 신이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믿게 되었다. 기도를 통한 영혼의 공명을 믿었다.

 

이 사건은, 멀리서 보면 보면 부모님 사이의 불화이지만, 나에게는 종교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왔다. 영혼의 이 성장통을 겪고 난 후, 나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

 

9월 2주차 1위글 총평

 

전문가 위원: 안 미 영

 

<주제> 내 인생에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극복과정에 대해 논술하시오.

 

<총평>
1. 출제 의도
  이번 주제 역시 그 동안의 주제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여러 자기소개서에서 자주 활용되는 질문 내용이기도 합니다. 참가자 대부분이 아직은 논술이라는 형식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지난주에 이어 최대한 쉬우면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은 주제를 골라 보았습니다.
  누구나 현재까지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름대로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을 것이고, 또 그 극복과정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입니다. 주제가 아무리 쉽다고 해도 이번 주제에 참가자들이 논술이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형식적 조건과 논리적 글쓰기에 점차 익숙해지기를 기대하였습니다.


2. 채점 기준
  <논스타>의 논술 분야 채점 기준은 주제와 상관없이 일반적으로 다음의 채점 기준을 따릅니다. 이는 대학에서 논술 전형에서 답안을 채점하는 채점 기준과도 유사합니다.
 1) 주제에 대한 이해력
 2) 글의 전개 과정의 논리력
 3) 소재와 발상의 참신함과 창의력
 4) 글의 완결성과 통일성 그리고 어법을 준수하는 표현력
  앞으로 전문가 위원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고 싶은 참가자들은 모두 이러한 채점 기준을 준수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3. 평가 
  위의 채점 기준의 항목에 따라 1위 글에 대한 평가 내용을 정리하여 알려 드리겠습니다.

 

1) 주제에 대한 이해력
  많은 참가자들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나 극복 과정에 대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부각시키지 못하였고, 이 글 역시 그런 점이 아쉽습니다. 이 부분은 감점 요인입니다. 하지만 글 전체의 맥락을 놓고 보았을 때, 글을 쓴 분은 분명히 글의 주제를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전문가 위원들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글을 쓸 때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 논제(주제)의 요구 사항에 대한 답을 분명하게 부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2) 글의 전개 과정의 논리력
   논술에서 문학적 비유나 상징은 일반적으로 쓰지 않습니다. 문학적 비유와 상징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글을 쓴 분의 생각이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은 이 글의 강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문학적 기교가 어색하지 않는 흐름을 보였기에 일부 전문가 위원은 백일장에서 대상으로 뽑고 싶다는 평가까지 한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반적으로 논술에서 문학적 비유와 상징을 많이 사용할수록 글은 난해해지고, 논리성에도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논술 그 자체에 충실한 글이 되기 위해서는 문학성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논리성을 부각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3) 소재와 발상의 참신함과 창의력
  부모님의 이별이라는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 사건을 제시하고, 이를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참신함과 창의력이 돋보였던 글입니다. 다만 문학적 발상에 의한 참신한 표현보다는 논술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자신의 창의력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합니다.

 

 4) 글의 완결성과 통일성 그리고 어법을 준수하는 표현력
  문학적으로는 매우 수준이 있는 글임에는 불구하고, 여러 전문가 위원으로부터 낮은 점수를 받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논술에서 쓰는 일반적 표현을 쓰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아마 평소 논술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울 기회가 없고, 일상에서 논리적 글쓰기 기회가 별로 없다는 점이 이유라 판단됩니다. 하지만 앞으로 논리성이 강조되는 비문학적 글쓰기를 꾸준히 연마한다면, 현재 가지고 있는 문학적 재능이 논술이라는 글쓰기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고 판단됩니다.
  표현 면의 감점 요인을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해 주의할 것을 당부합니다.
  - 필수 문장 성분을 생략하지 않도록 합니다.
  - 단락 쓰기의 원칙을 잘 지키고, 단락 간의 밸런스를 고려하기 바랍니다.
  - 쉼표를 남용하지 않습니다.

 

  <논스타>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여러 삶의 문제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게 만들고, 올바른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수기 공모나 백일장 글쓰기 방식보다는 좀 더 엄격하고 공식적인 글쓰기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글쓰기를 꾸준히 연습한다면 창의력과 논리력 그리고 표현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고,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앞으로 다양한 주제에서 더 멋진 글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마치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