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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망하게 한 그 책 '늙은 왕자'

  • 평점 8.8점 / 6명
  • 2015.07.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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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망하게 한 그 책 '늙은 왕자'

 

책을 좀처럼 읽지 않는 나로서는 '인생에 영향을 준 책'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난 책을 즐겨 쓴다. 아주 오래 전에 썼던 그 책이 바로 '늙은 왕자'다. 잘 팔리지 않아 출판사가 힘들어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먼 나라 생텍쥐페리의 글로벌 스테디셀러 '어린 왕자'가 있듯 한국 현실에 맞는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모티브에서 출발했다. 한국 아이들은 들꽃 아름다운 향기보다 일제히 교과서만 탐닉하고 있다는 반감에서 무언가 메시지를 던져 주고 싶었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어느 날 까만 얼굴에 긴 모자를 쓴 흰 수염의 할아버지가 나타난다. 초등학생인 '이랑'은 '어린 왕자' 속 주인공이 나이가 들어 찾아온 것이라 믿는다. 할아버지는 장난기도 많고, 아이처럼 목소리를 내며, 세상 일 어느 것 하나 모르는 게 없는 철학자. 이랑은 그에게서 '하늘 보는 법', '기다림', '여유', '공존', '만남과 교감', '사랑' 등을 배운다.

기억나는 몇 구절 소개해 본다.
"떠나간다고 이별이 아니야. 마음 속에서 지우는 날이 바로 이별인 거야. 어느새 누군가를 기억하지 못하게 되면 그땐 영영 이별이라는 말을 꺼낼 수 있을 거야."
"이곳이 완벽한 별이 되기 위해선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바뀌어야 해. 이곳 사람들은 받으려고만 하지 주려고 하지는 않거든. 아름다운 산, 넓게 흐르는 강, 산뜻한 바람... 모두를 안고 사는 땅을 가진 행복을 몰라. 그냥 당연히 있어야 하는 걸로 착각하고 있다고. 좋은 친구들이 언제까지는 옆에 있어 주리라 믿고 있는 것 같아. 아마 몇 해만 지나도 많이 후회할 걸?"

저자로서 '늙은 왕자'를 쓰는 내내 아름답게 사는 삶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를 돌아 보고, 맘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 바로 그 과정이 내 인생의 비타민으로 작용했을 것이며, 앞으로도 내 인생 깊숙이 스며들어 상당한 영향을 줄 것만 같다.

조심스레 추천해 본다. 출판사는 망해 문을 닫았지만, 문뜩 떠오르는 그 책 '늙은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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