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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관점

  • 평점 8.8점 / 8명
  • 2015.09.0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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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배, 비행기가 차례로 발명되었다. 공간은 이미 무의미해졌다. 등장한 인터넷은 인지 가능한 범위를 초월하여 뻗어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군중 속 우리는, 가끔 이상한 단절감을 느낀다. 과학의 편리함이 인정을 잡아먹었다. 우리는 이제 살끼리 맞부딪치는 것을 꺼려 한다. 슬프게도 살 냄새는 낯설어졌다.

나는 이 변화의 표상이었다. 어린이집을 다닐 적부터, 코를 막고 살았다. 남들과 충돌하지 않도록 몸을 더 웅크리고 살았다. 바뀐 세상도 나를 '소심'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누군가 한 발짝 다가오기 전에 먼저 두 발짝은 물러났다. 덕분에, 그 흔하다는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 나는 가장 소중한 친구을 지목할 수 없다. 하지만 나무 그늘에 서서 보면, 하늘을 뒤덮은 나뭇잎 사이로 태양은 눈부시다. 몇 되지 않는 짧은 경험은 그만큼 강렬했다. '친구'를 떠올릴 때에 다른 이들은 숲이나 나무를 보지만, 나는 나무 밑에서 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릴 적에 받은 고백 편지나, 갑작스러운 '애정의 표현'을 받아 얼굴이 빨개진 채로 찍힌 졸업사진들은 모두 사라졌다. 내 마음 속에서도 잊혀졌다. 무엇이 먼저였을지는 궁금하지 않다. 중학교 때에는 책만 읽었다. 친구와 놀 시간도 사라졌다. 아니, 친구가 없어 학교에서는 1분도 쉬지 않고 책을 꺼내들었다. 나는 십수년동안 외로움과 슬픔, 그 한계를 넘나들었다.

외로운 내가 생각하는 친구는, 단지 친구이다. 삶의 목표, 동반자, 기쁨, 그 어떠한 수식어를 붙여도 '친구'를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단지 나는 그 단어에 담긴 행복과, 눈물과, 사랑을 믿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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