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지능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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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2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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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개발한 인공 지능 컴퓨터 ‘알파고’가 지난 3월 세계 프로 바둑 최강자인 이세돌 9단을 이겼다. 이 사건은 인공 지능이 인류의 복지를 크게 증진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함께, 인간이 인공 지능에게 설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겨 주었다. 인공 지능은 인간의 지적인 행동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이다. 인공 지능이란 무엇이며, 우리나라가 인공 지능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공 지능 ‘알파고’,  바둑 최강자 이세돌 9단 꺾어  

지난 2015년 개봉한 미국 영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조스 웨덴 감독)은 인공 지능이 발달한 미래 사회를 다뤘다. 주인공인 아이언맨은 전쟁을 막기 위해 엄청난 능력을 지닌 인공 지능 ‘울트론’을 만든다. 그런데 울트론은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오히려 평화를 위협한다.

인공 지능 시대는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지난 3월 인공 지능 컴퓨터인 ‘알파고’가 세계 바둑의 최강자인 이세돌 9단과 대국해서 승리를 거뒀다. 알파고는 미국의 인터넷 검색 서비스 업체인 구글의 자회사(구글딥마인드)가 개발했다. 인공 지능은 인간의 지적인 행동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을 말한다.

이 사건을 통해 오늘날 인공 지능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인공 지능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1955년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존 매카시(1927~2011)였다. 그는 지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기술을 인공 지능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니까 인공 지능을 처음 만들기 시작한 지 약 60년 만에 바둑의 최강자를 꺾을 만큼 발전한 것이다.

바둑은 인공 지능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영역으로 꼽혔다. 인류가 창조한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워 차원 높은 정신 작용인 직관을 발휘해야 이길 수 있다. 지금까지 인공 지능은 복잡한 수학적 연산을 빠르게 처리해 스스로 판단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알파고는 이런 수준을 뛰어넘어 인간의 직관을 모방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인공 지능이란 무엇인가  


인공 지능은 ‘약한 인공 지능’과 ‘강한 인공 지능’으로 나뉜다.

약한 인공 지능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모방해 특정한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이는 기술이다. ‘단어를 입력하면 검색 결과를 보여라’,  ‘음성을 듣고 무슨 말인지 인식하라’ 등과 같은 문제를 풀 수 있다.

얼굴 인식도 약한 인공 지능의 한 사례다.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미국의 페이스북은 사진을 통한 얼굴 인식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정확도가 95%에 달한다. 컴퓨터에 어떤 사진을 보여주며 ‘이건 A의 얼굴’이라고 인식시켜 놓은 뒤, 다른 사진들을 보여주고 A의 얼굴이 맞는지 판단하게 한다.

약한 인공 지능도 강한 인공 지능처럼 딥 러닝을 바탕으로 한다. 딥 러닝의 핵심은 많은 데이터를 조합하고 분류해, 어떤 패턴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두뇌가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발견한 뒤에 사물을 구별하는 것을 본떴다. 이를 적용하면 사람이 판단 기준을 정하지 않아도 컴퓨터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다. 많은 데이터 가운데 자신이 필요한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강한 인공 지능은 문제의 영역을 좁혀 주지 않아도 어떤 문제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다. 강한 인공 지능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처럼 독립성과 자유 의지가 있는 기계를 만드는 데 있다. 강한 인공 지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데이터가 부족할 때는 판단을 내릴 수 없고, 인간의 감정을 인식하거나 직관을 발휘하는 수준은 거의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은 2050년쯤 되어야 강한 인공 지능을 만들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인공 지능 어떻게 활용되나


인공 지능은 아직 높은 수준까지 발전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특정한 영역의 문제 풀이에 최적화되어 있으므로, 해당 영역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설 수 있다.

번역기와 음성 인식, 자율주행차 등은 인공 지능을 응용한 사례다. 인공 지능 로봇은 언론계에도 진출했다. AP통신은 이미 기사를 작성하는 인공 지능을 도입했다. 정보를 모으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으며, 자료를 입력하면 이를 활용해 순식간에 속보 기사를 써낸다.

특히 미국의 컴퓨터 제조업체인 IBM이 개발한 인공 지능 ‘왓슨’은 의료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왓슨은 2011년에 개발됐는데, 5년 만에 최고 수준의 의사와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진단 실력을 갖췄다. 미국 종양학회에 따르면 의사가 암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비율은 60~80%인데, 왓슨은 82.6%를 기록했다.

금융 투자에서도 인공 지능이 인간 펀드매니저보다 수익률이 더 높다. 시장 조사 기관에 따르면, 올해 1~2월 인간 펀드매니저들은 평균 3%의 손실을 봤지만, 인공 지능을 이용한 헤지펀드는 5%의 수익을 올렸다.

과거에는 기술 발전이 육체 노동과 사무직 노동을 대체했지만, 이제 인공 지능은 전문직 노동까지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전문가 영역으로 꼽히는 법률도 인공 지능의 발전으로 높은 진입 장벽이 허물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군사 분야에서도 인공 지능이 널리 적용될 수 있다. 인공 지능만으로 비행기와 탱크 등을 조종해 작전을 수행하는 날이 올 것이다.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 우주 탐사 등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전문 인력 양성 시급… 학교의 SW 교육도 필수 



전문가들은 인공 지능이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끌 것으로 본다. 미국의 한 시장 조사 기관은 2019년에는 인공 지능 시장이 3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인공 지능 개발에 투자한 금액이 적기도 하지만, 단기 성과를 올리는 데만 집착했다. 게다가 기술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재인데, 유능한 전문 인력을 키우지도 못했다.

인공 지능 개발의 주역은 기업이다. 지금 네이버와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인공 지능을 개발하고 있다. 네이버는 인공 지능을 적용한 검색 서비스를 연구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지능형 비서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기업들은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유능한 전문 인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는 지난 3월 알파고가 우리 사회의 관심을 끌자 앞으로 5년 동안 인공 지능을 개발하는 기업에 1조 원을 지원하겠다는 ‘지능정보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정도 투자만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겠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어떤 산업이든 기초 기술 개발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므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학교에서는 소프트웨어(SW)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18년부터 초등학교 실과 시간에 학기당 17시간 이상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하고, 중•고등학교는 정보 과목을 필수 교과로 바꿀 예정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일은 학교 교육이 창의성과 상상력,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갖춰야 수준 높은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선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지속 투자



세계 인공 지능 시장의 선두 주자는 구글과 IBM,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20년 전부터 인공 지능을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IBM은 구글보다 한 발 앞서 있다. 인공 지능 컴퓨터 ‘딥블루’는 이미 20년 전에 체스 세계 챔피언을 꺾었다. 약 1조 20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왓슨’은 인공 지능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인간처럼 학습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갖춘 채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2011년 퀴즈쇼에 출연해 인간을 넘어선 뒤, 지금은 의료와 금융, 유통 등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도 IBM을 추격하고 있다. 구글은 인공 지능에 33조 원을 투자했고, 2014년 초에는 5000억 원을 들여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보유한 기업인 딥마인드를 사들였다. 또 경쟁사에서 일하던 다수의 전문 인력을 데려오기도 했다. 알파고의 능력은 바둑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 구글은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의료와 금융 투자 등 분야에 응용할 계획이다.

인공 지능 개발에 나선 세계적인 기업들은 전문 인력을 데려오느라고 바쁘다. 전문 인력이 기술 개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2013년 인공 지능 전문가인 얀 레쿤 뉴욕대 교수를 인공지능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최근 1조 6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에 인공지능연구소를 세우고, 우수한 인재를 끌어 모으고 있다. 중국의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도 3600억 원을 들여 미국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유능한 전문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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