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높여야 경제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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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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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중고등학생에게 물었더니 ‘어른이 되면 반드시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대답한 학생은 55.2%에 그쳤다.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가 늘어나고, 자녀를 한 명만 낳는 부부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저출산 현상이 심각하다. 출산율이 낮으면 젊은층 인구가 줄어 경제가 활력을 잃는다. 저출산의 문제점의 문제점과 출산율이 회복되지 않는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까.

우리나라 이대로 가면 2750년에 인구 ‘0’ 

우리나라의 올해 생산가능인구는 3704만 명으로 전망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는 경제 활동이 가능한 15~64세의 인구를 말한다. 그러나 올해를 정점으로 내년부터 감소해, 2050년에는 지금보다 1000만 명 이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까닭은 저출산 때문이다. 1960년대에는 출산율이 6.0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2001년부터 1.3명 아래로 떨어진 뒤, 15년째 저출산이 이어지고 있다. 2014년의 출산율은 1.2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었다.

지금의 인구 수준을 유지하려면 출산율이 2.1명은 되어야 한다. 이를 대체출산율이라 한다. 출산율이 대체출산율 밑으로 떨어질 경우 저출산 사회라고 한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때문에 우리나라는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게 되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2750년에 우리나라의 인구는 ‘제로(0)’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나라 자체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중•고등학생 1179명에게 물어봤더니 ‘어른이 되면 반드시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응답이 55.2%에 그쳤다고 10일 발표했다. 나머지는 ‘자녀가 없어도 된다’(21.2%)고 생각하거나, 답변을 유보했다(23.6%). 자녀가 없어도 된다고 한 학생들은 ‘내 일에 전념하고 싶어서’(29.8%) 또는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 때문에’(26.8%)라고 대답했다.

저출산 지속되면 경제 활력 사라져 

인구의 증가하면 경제의 활력도 커진다. 특히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나면 더욱 그렇다. 더 많은 사람들이 생산과 소비, 저축에 참여해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커져 경제 성장을 이끄는 현상을 ‘인구 보너스’라고 한다.

이에 비해 저출산 현상이 이어져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경제의 활력도 떨어진다. 이를 ‘인구 오너스’라고 한다.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줄면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소비와 저축, 투자도 위축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출산율 1.2명이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의 4.56%에서 2020년대에는 2.91%로, 2040년대에는 0.74%로 각각 감소할 전망이다.

저출산 현상은 복지 부담을 증가시켜 국가 재정을 악화시킨다.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는 대신 노인 인구가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의 비중은 11%쯤 된다. 저출산 추세가 이어지면 노인 인구는 2050년에는 38.2%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다. 유럽과 미국의 평균 25.9%보다 10% 이상 더 많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2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2050년에는 1.4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연금과 의료비 등 노인 인구를 부양하는 비용도 계속 늘어나게 된다. 이는 젊은층과 노인층의 세대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젊은 세대가 노인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갈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왜 회복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낮아진 까닭은 여성의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늦게 결혼하거나 아예 결혼하지 않는 여성이 많아진 탓도 있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결혼한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데 있다. 출산과 육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2년 54.5%에서 지난해에는 57.8%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20대에는 경제 활동에 참가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가 30대부터는 낮아지고, 50대 이후에는 다시 높아진다. 30대가 되어 아이를 낳아 기르려면 직장에 계속 다니기 어렵기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며 아이를 보살피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적은 비용으로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 게다가 여성이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면 경력이 단절되어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양육비가 많이 드는 것도 문제다. 자녀 1명을 낳아 대학까지 졸업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3억 894만 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가운데 사교육비가 약 37%로,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치관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에는 자녀를 낳아 가문을 이어야 하고, 가족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더 이상 가족을 위한 희생을 미덕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들에게 세상의 중심은 가족이 아니라 자신이다. 자기 실현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된 것이다.

여성이 경제 활동과 가사 병행 가능한 환경 만들어야
   
인구 문제를 담당하는 고위 관료는 최근 “저출산은 우리 사회의 뿌리를 흔드는 문제”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의 애국심에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를 애국심에 호소해 풀 수는 없다. 경제적으로 아기를 양육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애국심 때문에 움직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출산과 육아에 따른 부담부터 줄여야 한다. 여성이 경제 활동을 하면서 출산과 육아도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먼저 기업들이 육아휴직제를 철저하게 지키도록 강제해야 한다. 법으로는 육아 휴직 신청을 받아들이도록 정해져 있다. 하지만 육아 휴직을 허락하지 않거나, 이를 이유로 임금과 승진에 불이익을 주는 기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양육비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누리과정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부담을 떠넘기면서 양육비 지원이 중단될 위기를 맞았다. 프랑스와 스웨덴 등의 저출산 대책 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3~4%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1%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공공 보육 시설을 확대하고 양육비를 지원하려면 돈이 드는데,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있으나 마나한 제도다.

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출산을 꺼리는 요인이다. 특히 사교육비와 대학 등록금 부담이 너무 크다. 대학 입시 제도를 하루 빨리 개선해 사교육비를 줄이고, 국가 예산을 투입해 대학 등록금을 낮추지 않으면 저출산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다. 

선진국은 여성이 일과 가사 양립할 수 있게 보장 



프랑스의 출산율은 1994년에 1.66명이었지만, 그 뒤 출산율이 증가해 2008년에는 2.0명을 돌파했고, 2014년에는 2.08명을 기록했다. 

프랑스는 그동안 출산율을 회복시키기 위해 가족 수당을 주는 등 다양한 정책을 실시했다. 가족 수당은 16세 이하의 자녀 두 명을 둔 가정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원하는 것이다. 게다가 육아 휴직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직장에 복귀한 출산 여성이 불이익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 이 밖에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공공 보육 시설이 촘촘하게 갖춰져 있고, 대학 교육비도 아주 적게 먹힌다.

스웨덴도 2000년에 1.56명이던 출산율이  2014년에는 1.91명으로 뛰었다. 제도적으로 직장 여성이 일과 가사를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때문이다. 부부 모두에게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이 보장된다. 여성만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양육 책임을 지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어서 그렇다. 또 자녀가 생후 1년 6개월이 될 때까지는 완전히 쉬는 휴직을 허락하고,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하루 근로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도 허락한다. 

일본도 최근 남성의 육아 휴가를 장려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예를 들어 육아 휴가를 쓰는 남성 근로자가 다니는 기업에는 보조금을 지급한다. 남성들이 가사와 육아에 들이는 시간이 길수록 둘째 아이가 태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2014년 남성의 육아 휴직률은 2.3%에 불과했는데, 2020년까지 13%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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